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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쁜 습관이 있다.
알람이 울려도 무시해버리기, 꼭 필요한 것도 고민하느라 놓쳐버리기, 후회하느라 늦은 시작을 더 늦어지게 만들기, 욕심부리다가 이도 저도 아닌 결과 보기. 사실 이런 점들은 극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지언정 내가 마음만 제대로 먹으면 언제든 극복 가능한 것들이더라. 마음먹기고 행동으로 옮기기 힘든 게 함정. 그런데 요즘말로 '오지게도' 고쳐지지 않는 나쁜 습관이 있으니 '비교하기'가 그것이다.
나는 내가 굉장히 주체적이고 독립적이며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라 생각해왔다. 그런데 최근들어 내 자신감은 점점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 외로움도 우울함도 늘 나와는 거리가 먼 감정들이라 생각했는데, 인정하기 싫지만 최근에는 문득문득 그런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왜일까. 답은 사실 찾기 쉬웠다. 나는 취준생이다. 풀어 말하자면 졸업은 했는데 취업은 하지 않은 백수이다. 뉴욕에서의 인턴 생활은 평생 함께한 내 삶의 터전, 부산을 떠나게 했고 나는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내 나이 스물일곱. 귀국한 지 5개월 째, 상경한 지는 두 달. 결코 짧지 않은 이 시간은 나를 주눅 들게 만들었고 주된 원인은 다름 아닌 자꾸 나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나 자신이었다.
스물일곱이란 나이는 그렇다. 주위 내 친구 중 다수는 이미 취업을 했고, 취준생인 친구들은 목표도 분명하고 스펙도 빵빵해 보인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취업을 하려고 보니 나는 부전공도 없는 어문학도라 전문성이 떨어져 보였고, 나름대로 해외경험도 많으나 내 전공과 경험을 살려 뚜렷한 목표를 잡는 게 쉽지 않았다. 자꾸 눈이 다른 사람들로 가게 되는데, 좁은 우물에서는 내가 최고였던 것 같았는데 이제 보니 나는 분명히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 모호한 위치에 서 있었다. 이런 식으로 자꾸 비교하면서 나 자신을 더욱 낮은 위치로 밀어 내리고 있었다. 다름 아닌 나 스스로가 말이다.
이쯤 되면 이제 '후회하기'를 시전하게 된다. 나쁜 습관은 다른 나쁜 습관을 불러온다. 왜 미국 생활 중에 다양한 공모전에 도전해 보지 않았을까, 왜 2차 구직을 더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왜 외국어를 하나 더 공부하지 않았을까, 왜 미래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을까.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었을 기회들을 하나하나 머리에 떠올린다. 내 의지와 다르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은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잠들지 못하게 한다. 마음은 점점 더 불편해지고 또 뭐 하나 나을 게 없었던 하루를 뒤로하게 된다.
그러다가 벌써 꽤나 오래된 꿈 하나를 떠올렸다. 발전하는 나의 모습을 담은 유튜브 채널을 만드는 것이다. 나에게도 동기부여가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되는 그런 채널 말이다. 시작하고 나면 나도 유튜브 업로드를 위해 더 열심히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꿈인데 문제는 아직도 생각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홀로 시작한 서울 생활 때문에 점점 늘어지고 있는 나에게 실망하고 있던 차에 다시 이 꿈이 떠오르자 변화의 시발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나는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뜬금?
부모님께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탓인지 나는 기본 체력이 좋다. 운동신경도 좋은 편이고 크게 앓아본 적도 없다. 다리 한 번 삐어본 적이 없고 코피 한 번 흘려본 적이 없다. 체질 탓에 체중이 쉽게 늘지도 줄지도 않는다. 그래서 운동의 중요성을 너무 오랫동안 간과 해왔다. 그리고 스물일곱이 되자 느껴졌다. 내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당연하지. 뜬금없지만 운동의 필요성이 절실히 느껴졌고, 건강한 몸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꾸물꾸물 올라왔다. 물론 이 생각을 한 건 처음이 아닌데, 요즘 생각이 많아지고 나 자신이 정신적으로 나약해지고 있다고 생각하자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다른 목표들도 많았지만 내 경험상 목표를 한 번에 많이 세우면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일단 운동 계획만 세우기로 했다. 그리고 시간이 언제가 됐든 하루에 정해진 만큼 하자.
조깅은 항상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미국 생활을 하면 조깅하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그렇게 멋있어 보이더라. 그런데 나는 조깅하기 괜찮은 곳이 늘 주변에 있었는데도 한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다. 게을러. 이번에 제대로 운동할 마음을 먹으면서 나는 조깅을 꼭 해보기로 했다. 내 운동의 주 키워드는 조깅이라고 생각하니 운동에 대한 동기부여가 확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매우 뻣뻣한 나를 위해 요가 영상을 몇 개 찾아, 나에게 맞아 보이는 스트레칭 영상을 두 개를 재생목록에 담았다. 그리고 기구 없이 하는 간단한 근력운동을 찾아 그것도 추가했다. 나는 허리통증이 잘 와서 프랭크 동작이 늘 어려웠기 때문에 예전에 몇 번 했었던 허리 근육을 키우는 코어운동 루틴도 같이 재생목록에 담겼다.
아침에 일어나면 유튜브를 킨다. 아침 스트레칭으로 시작해 스트레칭을 하나 더 하고 허리운동 루틴을 이어서 한다. 조깅은 격일로 한다. 조깅을 하지 않는 날은 앞의 세 동영상 루틴 후 근력운동을 한다. 조깅을 하는 날은 근력운동은 하지 않고 '런데이'라는 달리기 어플을 이용해 트레이닝 가이드를 들으며 하루 목표치를 달성한다. 운동이 끝나면 샤워를 하는데 그 상쾌함이란...!
오늘로써 위와 같이 운동한 지 딱 일주일이 되었다. 서울 오기 전 한 달 다녔던 수영수업처럼 돈을 냈으니 가야 한다거나 선생님이 가이드 해주니 따라만 하면 된다거나 하는 작은 강제성도 없이 내 의지로 일주일을 해왔다. 이번에 꾸준하게 운동할 수 있었던 까닭은 내 생각에 다음과 같다.
1.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지 않고 매일 꾸준히 한다는 데에 목표를 둠.
2. 주 운동을 '조깅'으로 선택함. 조깅이 주는 성취감과 만족감은 나를 움직이게 만듦. 심지어 조깅을 안 하는 날에도 다음 날 조깅을 할 생각에 설레서 더 열심히 하게 됨.
3. 나에게 맞는 운동들을 설정함. 맞는 운동이라는 건 필요에 의한 것. 나에게는 유연함과 허리 근육의 강화, 지구력이 필요했음.
4. 꾸준함이 목표였기에 과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음. 짧은 루틴 동영상들을 기반으로 하루 40-50분 운동.
5. 일단 시작하고 나면 세 번째에 벌써 건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듦. 그게 착각일지라도 이로운 착각이라 꾸준함에 보탬이 됨.
운동을 시작하니 좋은 점이, 몸을 움직이니 머리도 움직이고 마음이 건강해진다는 점이다. 부정적인 생각이 줄고 건강한 생각을 하게 되니 더 생산적인 하루하루를 살게 된다.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일주일이 지나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록을 하자. 나는 블로그를 무작정 시작했는데 이도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블로그 유입수에 집착하게 되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런 유입수는 분명 꾸준히 블로그를 운영하는 데 동기부여가 되긴 하지만 나 스스로가 흥미가 없는 글을 쓰다 보니 재미가 없고 얻는 것도 없어서 내가 내 블로그에 점점 발길을 끊게 되었다. 그래서 원래 목표로 돌아오기로 했다. 그리고 글을 쓰기로 했다. 일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주제는 그때그때 달라질 것 같으니 일기라고 부르지는 않겠다. 그냥 일단은 '글'. 그렇게만 정해두고 싶다.
사실 이 글도 진짜 별 내용 없는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쓰는 데도 썼다 지웠다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한때는 일기도 열심히 쓰고 시 쓰는 것도 좋아했고 독후감 상도 많이 받았던 나인데, 너무 오래 글쓰기를 멀리 한 탓에 글을 어떻게 쓰는지도 까먹은 것 같다. 분명 나중에 읽어 보면 이 글도 마음에 안 들지 모르지만, 이번에도 나는 시작했다는 데에 의의를 두겠다. 비록 오래 걸렸지만 글을 쓰면서 내 생각이 정리되는 기분이다. 꾸준히, 꾸준히 쓰자.
나쁜 습관을 버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단순히 나쁜 습관이라고 인지하는 것은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했다. 나는 나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그런데 의외로 방법을 다른 데에 있었다. 나는 운동을 시작했고 오늘은 글을 썼다. 전혀 다른 영역의 것들 같지만 나는 내 안에서 변화를 보았다. 나는 분명히 변하고 있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쁜 습관은 나쁜 생각에서 온다. 운동만 시작했을 뿐인데 내 삶은 차츰 건강한 모습을 찾기 시작했고 글을 썼더니 생각이 정리되면서 내일의 내 모습이 기대가 되었다. 나쁜 생각은 그렇게 사라지고 건강한 생각이 나 머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아주 사소하다. 그리고 누누이 말하지만 이제 일주일 밖에 안 되었다. 뭐 저 정도로 저렇게 생색을 내나 싶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지금 그 사소한 것에서 더욱 큰 것을 찾았다. 그래서 나도 솔직히 놀랍다. 나는 최근 너무 죽어 있었다. 내가 나를 죽였다. 생각해보니 나는 근로장학생 활동, 과외, 스터디, 공부로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을 때 가장 행복했다. 내가 멈추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내가 유난히 죽은 모습을 보였던 까닭은 나를 움직이는 무언가의 부재 때문이었다. 내가 나에게 실망하게 된 것은 움직이지 않았기에 얻는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나는 움직인다. 그리고 더 많은 움직임이 더해질 것이고, 나는 그것이 기대된다.
우와. 신기하다. 글만 썼는데 오히려 쓰는 과정 중에 나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선물한 느낌이다. 남과 나를 비교하면서 나를 깎아내리며 자신감을 잃어 갔던 이유는 내가 지금 내 생활이 썩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어문학을 전공했기 때문도, 그렇기 때문에 취업의 문이 좁아 보여서도 아니었다. 내가 지방대 출신이라서, 혹은 공백기간이 계속 길어져서도 아니었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모습에 불만족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하는데, 이번에도 그것을 내 탓으로 하지 않기 위해 '비교'라는 방법을 쓴 것이다. 비겁하게도. 중요한 것은 이제 안다는 것이다. 새삼스럽게 글을 쓰자고 마음먹은 나에게 감사하다. 이건 앞으로 내 삶이 옳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었다.
기대가 된다. 기대가 된다는 것은 내 마음에 물을 주는 느낌이다. 그 안에서 뿌리내리고 자라날 무언가가 있기에 나는 기대가 된다. 비록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오늘도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 나를 칭찬하며 또 응원하며 마무리하겠다. 고마워, 수고했어. 네가 자랑스러워. 우리 더 힘내자.
미소가 절로 나네. 👐👐
2018/06/24
사촌오빠에게 그림 그려주고 받은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쓰고.
Forever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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